2026년 4월 21일 점심 시간의 기록을 남긴다.
정오 10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을 다녀왔다.
오전 11시 50분
와이프 출근 2시간 전.
여느 점심 시간 때와 마찬가지로 같이 먹을 점심 식사를 차리고 있었다.
점심 식사 메뉴에는 하림 텐더스틱이 포함되어 있었다.
텐더스틱을 먹기 위해서는 싱크대 옆에 위치한 에어프라이어에 10분간 조리해야 한다.
텐더스틱 3조각을 에어프라이어 구우려 했다.
나 먹을 것 2조각, 와이프 먹을 것 1조각.
싱크대 난간 위에 에어프라이어 스텐 그릴팬에 텐더스틱을 올려놓는 순간,
2개의 텐더스틱이 싱크대로 추락했다.
정확히는 "싱크대 플라스틱 배수망"으로 떨어졌다.
배수망에는 콩나물, 김치 등 각종 음식물들이 있었으나 나는 게의치 않고 떨어진 2개의 텐더치킨을 집어들었다.
흐르는 물로 잽싸게 씻은 후, 에어프라이어 그릴팬으로 옮기려는 순간 와이프가 봐버렸다.
와이프가 뒤에 서 있는 줄 몰랐다.
와이프가 소리쳤다.
"그걸 거기에 왜 다시 넣어! 버려!!"
순식간의 불찰로 떨어진 텐더치킨 2개가 너무나 아까웠다.
입 한 번 맞추지 못하고 떨어진 텐더치킨을 버려야 하다니 아까워서 나는 대답했다
"떨어진거 금방 주워서 괜찮아."
그러자, 와이프는 다시 소리쳤다.
"그걸 왜 먹냐고! 더럽게! 제발 버리라고!!!"
그 때 군소리 없이 2마리의 텐더치킨을 음식물 처리기로 보내주었으면 깔끔했다.
평소의 나였으면 순응했을텐데, 오늘은 나도 모르게 이유없이 고집을 부렸다.
어제는 오랜만에 와이프에게 심하게 털렸던 내 자존심이 오기를 부렸던 것 같다.
자존심은 뇌의 명령을 거부하고 오기를 부리기로 했다.
와이프가 오늘 아침도 나에게 짜증이 나 있던건 어쩌면,
아무래도 어제 어린이집 하원 이후 집에서 낮잠을 자고 일어난 아들의 울음 소리를 못 들었던게,
와이프에게는 지금까지 삯힐수 없는 울뿐으로 마음 속에 남아있던 것 같다.
잠시 어제 일을 회상하자면, 100% 내 불찰이었다.
어제 오후,
아들을 큰 방 침대에 재우고 나는 작은 방에서 잠들었다.
큰 방 침대에는 아들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플라스틱 프레임과 망사로 되어있는 '가드'를 설치했다.
아들은 낮잠에서 깨서 뒤척이다가 침대와 침대 가드 사이에 끼어서 5분간 울었다.
나는 작은방에서 쳐 자느라고 아들의 울음 소리를 못 들었던 것이다.
와이프는 학원 수업 중 뛰쳐나와 집안 CCTV 음성 통화로 소리쳤다.
"야!! 안 일어나! 어디갔어!! 빨리 일어나!!"
어제 와이프는 정말 '극대노' 상태였다.
와이프의 '극대노' 모드는 2~3년에 한 번만 볼 수 있다.
그 사건 이후, 와이프의 심기는 오늘까지 매우 불편한 상태로 지속되었다.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마치면,
오전 11시 55분
나는 와이프에게 고집을 부렸다.
"아침부터 왜 짜증내고 그래!? 내가 먹을거야! 3초 룰 몰라? 떨어진지 3초안에 먹으면 안전하댔어."
와이프는 '소노'에서 바로 '대노'로 분노의 게이지를 올렸다.
'중노'를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대노'하는 와이프에게 솔직히 고백하자면, 쫄았다.
아니, 많이 쫄았다.
"너 제발 정신 좀 차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뭐하는거야!"
그 이야기 이후에 와이프의 분노 섞인 잔소리는 3분간 이어졌다.
본전도 못 찾았다.
싱크대 거름망으로 떨어진 텐더치킨 2개 먹으려다가,
"3초룰" 운운했다가,
제대로 털렸다.
오늘도 내 멘탈은 가방 속에서 짖눌려 부서진 쿠쿠다스 조각과 같다.
마치며,
이 글을 읽을 와이프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
"여보, 미안해. 다신 떨어진 음식 다신 안 먹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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