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강남의 밤거리, 수 많은 배달 오토바이 사이에서 달배 (가명, 41세)는 오늘도 핸들을 잡는다.
불과 6년 전 달배는 베트남에서 1억 5천만 원을 손에 쥐었던 사업가였다.
세 번의 선택, 그리고 세 번의 파멸.
달배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그 기록을 남겨본다.
2017년 9월.
지인의 제안으로 베트남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관광 매니저로 일하던 지인과 동업해 한국인 대상 패키지 여행 상품을 팔기 시작했다.
사업은 대박이 났다.
돈이 모이자 몸집을 불리려 사람을 구했고, 베트남 사장의 동생 친구라는 녀석이 합류했다.
녀석은 지독히 성실했다.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며 사업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19년 12월
전 세계에 '코로나'라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관광업은 순식간에 고사했다.
불황이 닥치자 사람의 본성이 드러났다.
사장은 피붙이인 동생만 챙겼고, 지분을 나누자는 내 요구에 날을 세웠다.
결국 터질 게 터졌다.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 끝에, 베트남 사장과 그 일당은 사업 정리금을 몽땅 들고 야반도주했다.
내 청춘을 바쳐 만든 종잣돈 1억 5천만 원 중 내 손에 남은 건 배신감뿐이었다.
2021년 4월
간신히 추스른 돈 1억 5천만 원을 들고 주식 시장에 발을 들였다.
"잃지 않는 투자를 하자"는 생각에 대한민국 1등 주식,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평단가 83,000원. 전액 몰빵.
하지만 '칠만전자'를 지나 '오만전자'로 추락하는 동안 달배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하락의 주된 원인은 반도체 업황 피크아웃 논란과 금리인상 때문이었다.
코로나19 특수로 폭증했던 IT 기기 수요가 위드 코로나 전환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급감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는 와중에 반도체 재고는 쌓였고, 주력 제품인 DRAM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실적 악화 우려가 커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면서 전 세계적인 유동성 파티가 끝났습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원자재 가격 급등과 공급망 교란을 심화시켜 전반적인 생산 비용을 높였다.
2022년 10월
56,000원에 전액 매도하며 -5,000만 원의 손실을 확정 지었다.
그 때 달배의 심정은 가슴에 큰 대못이 하나 박힌 기분이었다.
5천만원 손실 이후, 달배는 오토바이 배달 일을 하며 억척같이 생활비를 벌었다.
남은 원금 1억은 예금에 묶어둔 채 아스팔트 위를 전전긍긍했다.
그러다.
2023년 7월
온 세상이 에코프로로 떠들썩할 때 다시 눈이 뒤집혔다.
그 동안 모은 1억 1천만 원을 220,000원(액면분할 후 기준) 평단에 모두 쏟아부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전기차 시장이 초기 수용자 단계를 지나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가 커졌다.
각국 정부의 보조금 감축과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었다.
리튬 가격이 미친듯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원재료 가격 하락이 제품 판매가 하락으로 전이되어 에코프로비엠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나빠졌다.
심하게 과열된 밸류에이션에 대한 인식이 시장에 퍼졌고 투자 심리는 급격히 냉각되었다.
2024년 12월
불난 집에 기름이 부어지는 것을 목격했다.
비상계엄 선포 사건 발생.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 질서 수호"를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되었다.
달배는 비상계엄 선포 사건 이후, 한국 주식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고 모든 희망을 접었다.
56,000원에 전액 매도.
손실액 -8,200만 원(수익률 -75%).
달배의 인생의 근간이 흔들렸다.
2025년 9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달배는 마지막 남은 3천만 원을 들고 달배는 코인 시장으로 향했다.
11만 달러로 가격이 떨어진 비트코인을 보고 "기회다" 싶었다.
비트코인 선물 롱포지션에 올인했다.
이 때, 사용한 레버리지 배율은 3배.
2025년 10월
12만 3천 달러까지 치솟는 비트코인을 보며 달배는 환희에 젖었다.
수익률 +30%.
한 달만에 900만원 수익.
1억 3천만원을 손해보고 아파했던 과거는 어느새 잊혀지고, 900만원의 수익에 행복감이 밀려왔다.
그간 모든 투자에서 실패했기에 처음 맛보는 도파민이었다.
정말 달콤하고 상큼했다.
그간의 모든 실패가 보상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고 운명은 잔인했다.
비트코인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 체계를 구체화했다.
거래소에 대한 규제 문턱을 높이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었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엄격한 준비금 증명 요구 등 제도적 압박이 가해지며 시장 내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거나 긴축 기조를 예상보다 길게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코인 투자자들은 서로 물량을 던지기 바뻤다.
2026년 2월
비트코인이 7만 3천 달러를 깨는 순간, 스마트폰 비트코인 앱 화면에는 'Liquidation(청산)'이라는 단어가 떴다.
잔고는 0원.
6년 동안 베트남에서 땀 흘린 시간, 아스팔트 위에서 찬바람 맞으며 배달한 시간들이 단 1초 만에 디지털 숫자가 되어 증발했다.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눈앞이 하얘지고 숨이 막혀왔다.
20살 달배가 처음 성인이되어 사회에 나왔을 때, 통장잔고 0원이었다.
41살에 통장 잔고 0원을 보니 허탈했다.
달배는 그날, 길가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고라니처럼 소리내어 울었다.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기분, 아니 세상 자체가 사라진 기분이었다.
2026년 4월 현재
달배는 강남에서 쿠팡 플러스 라이더로 일한다.
하루 12시간,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주문을 처리한다.
6년의 투자 여정 끝에 남은 것은 0원이 된 계좌와 낡은 오토바이 한 대뿐이다.
언제든 미끄러지면 끝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달배는 매일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죽을 수도 없다.
달배의 삶을 망가뜨린 건 시장이 아니라, 달배의 탐욕과 급함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달배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핸들을 잡고, 1억 5천만 원짜리 비싼 수업료의 교훈을 되새기며 어둠 속으로 질주한다.
# 1등 주식도 항상 오르진 않는다
# 광기의 주식은 매수를 피하라
# 선물 시장에 발을 들이지 말라
# 몰빵 매수는 언제나 위험하다
** 사실에 기반하여 각색한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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